건보공단·연세대 공동연구, 흡연력에 따른 암 발생 위험 첫 정밀 분석
유전 요인 영향은 미미…흡연이 폐암·후두암 주된 원인으로 드러나

담배를 피운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이 5배 이상, 소세포폐암은 무려 54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담배_2024.12.31) / 사진 =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제공
담배를 피운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이 5배 이상, 소세포폐암은 무려 54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담배_2024.12.31) / 사진 =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제공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30년 이상 흡연하며 하루 1갑꼴로 담배를 피운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이 5배 이상, 소세포폐암은 무려 54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 연구팀은 18일 흡연력과 유전요인이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18개 민간검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3만6,965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데이터, 유전위험점수, 중앙암등록자료, 건강보험 자격자료 등을 연계해 2020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분석 대상 암종은 폐암과 후두암이었다.

흡연력에 따른 폐암 발생위험도. (2025.05.18) / 자료 = 건보공단 제공
흡연력에 따른 폐암 발생위험도. (2025.05.18) / 자료 = 건보공단 제공

그 결과,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이 현저히 높았으며, 특히 현재 흡연자는 과거 흡연자보다 더 높은 위험을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비흡연자 대비 과거 흡연자의 폐암 위험도는 1.99배, 현재 흡연자는 3.25배였다. 30년 이상 흡연하며 20갑년(하루 1갑 기준 20년) 이상 흡연한 현재 흡연자는 5.73배까지 치솟았다.

폐암 유형 중에서도 진행이 빠르고 예후가 나쁜 소세포폐암의 경우, 현재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35.78배, 장기간·다량 흡연자는 54.49배 높은 발생 위험을 보였다. 이는 소세포폐암이 담배소송에서 문제 된 대표적 암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후두암 중 가장 흔한 편평세포후두암의 경우에도 30년 이상, 20갑년 이상 흡연자의 위험도는 비흡연자 대비 8.3배로 나타났다.

연구는 또한 유전위험요인과의 비교도 진행했다. 일반적 특성과 흡연력이 같은 조건에서 유전위험점수가 높을수록 일부 암종의 발생률은 다소 상승했으나, 전체 폐암에서는 1.201.26배, 편평세포폐암에서는 1.531.83배 수준에 그쳤다.

흡연, 유전요인의 폐암 및 후두암 발생에 대한 기여위험도. (2025.05.18) / 자료 = 건보공단 제공
흡연, 유전요인의 폐암 및 후두암 발생에 대한 기여위험도. (2025.05.18) / 자료 = 건보공단 제공

암 발생 기여율 분석에서도 흡연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다. 30년 이상 흡연하며 20갑년 이상인 흡연자의 경우, 소세포폐암의 98.2%, 편평세포후두암의 88.0%, 편평세포폐암의 86.2%가 흡연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유전 요인의 영향력은 폐암 전체에서 0.7%, 편평세포폐암에서 0.4%에 불과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내에서 유전 정보를 활용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를 통해 유전 요인의 영향이 극히 미미하며, 흡연이 주요 암 발생의 핵심 원인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선미 건강보험연구원 건강보험정책연구실장은 “흡연과 암 발생 간 인과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 담배소송 등에 활용할 것”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의 손실을 막기 위한 정책 개발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약 533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흡연과 암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이에 항소했고, 항소심의 12차 변론은 오는 22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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