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카 3개국 공동제작…유라시아 디아스포라의 역사적 여정 그려
실존과 허구의 만남…인문학적 성찰로 확장된 광복의 의미
6월 25일부터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초연 무대

극단 피악이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맞아 인문학적 성찰 시리즈 19번째 작품으로 신작 연극 '파리의 두 여인'을 무대에 올린다. / 사진 = 극단 피악 제공
극단 피악이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맞아 인문학적 성찰 시리즈 19번째 작품으로 신작 연극 '파리의 두 여인'을 무대에 올린다. / 사진 = 극단 피악 제공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극단 피악이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맞아 인문학적 성찰 시리즈 19번째 작품으로 신작 연극 '파리의 두 여인'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작품은 한국·러시아·카자흐스탄 3개국 예술인들이 공동제작에 참여하는 국제 협업 프로젝트로, 오는 6월 25일부터 29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서울 초연을 앞두고 있다.

'파리의 두 여인은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나혜석과 러시아 문학의 고전 체홉의 '벚꽃동산' 속 인물 라넵스카야의 상상적 만남을 중심으로 유라시아의 고난과 연대를 무대 위에 섬세하게 그려낸다. 1940년대 말 파리 뤽상부르 정원의 한 벤치에서 시작되는 두 여인의 대화는 연해주 한인 공동체의 독립운동, 스탈린 치하의 숙청과 강제이주, 그리고 카자흐스탄으로 이어지는 후손들의 삶을 아우른다.

극 중 라넵스카야의 딸 아냐는 연해주 한인과 함께 독립운동에 나서고, 혁명가 트로피모프와 사랑에 빠지지만 스탈린의 숙청으로 수용소에서 비극을 맞는다. 이후 아냐는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되고, 그곳에서 나혜석의 잃어버린 아들 내하와 만나 새로운 가족을 이뤄간다. 작품은 이산과 추방의 아픔을 넘어 후손들을 통해 다시 이어지는 가족과 인류 보편적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극단 피악이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맞아 인문학적 성찰 시리즈 19번째 작품으로 신작 연극 '파리의 두 여인'을 무대에 올린다. / 사진 = 극단 피악 제공
극단 피악이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맞아 인문학적 성찰 시리즈 19번째 작품으로 신작 연극 '파리의 두 여인'을 무대에 올린다. 사진은 공연 연습 장면. / 사진 = 극단 피악 제공

이번 작품은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 인문학적 사유와 예술적 상상력을 결합한 무대로 주목받는다.

극단 피악은 3년에 걸친 기획과 준비 끝에 이번 무대를 선보이며, 광복을 단순한 국가적 독립이 아닌 인류 공동의 가치로 재조명한다. 윤동주와 이육사의 시를 비롯해 도스토옙스키, 푸쉬킨, 아우예조프, 아바이 등 러시아·중앙아시아 문학과의 교차를 통해 광복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것도 특징이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나진환은 “국가와 민족의 서사를 넘어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로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는 한국의 한윤춘, 곽수정, 문경희, 안성채, 김의현, 남기필, 주인서 배우를 비롯해 러시아의 Anastasiia, Evgenii, Adelina, 카자흐스탄의 Assylbek, Akmaral 배우가 출연한다.

러시아 스타니슬랍스키 엘렉트로 극장과 카자흐스탄 국립 뮤지컬 드라마 극장 소속 배우들이 참여해 국제 공동작업의 의미를 더한다. 서울 초연 이후 2025년 7월부터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투어 공연도 예정돼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주체 지원작으로 선정된 이번 작품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고난과 추방, 이산을 넘어 따뜻한 인간적 희망과 연대를 예술로 풀어낸가운데 극단 피악은 이번 무대가 관객과 언론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대화로 확장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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