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데뷔 앨범, 55년 만에 LP로 복원
음반사 회수·해적판 시절 거쳐 정식 출시
고인의 뜻 따라 ‘학전김민기재단’ 설립 준비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삶과 예술이 일치했던 ‘포크 대부’ 김민기 전 학전 대표의 1주기(7월 21일)를 앞두고, 그의 음악과 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학전은 8일, 김민기의 첫 정규앨범 ‘김민기’(1971)를 복각 바이닐 레코드(LP)로 재발매한다고 밝혔다. 김민기가 만 20세에 발표한 이 음반은 ‘아침 이슬’, ‘친구’ 등 한국 포크의 상징적 곡이 담긴 작품으로, 55년 만에 정식 LP 형태로 다시 출시된다.
1971년 초판과 1972년 재판을 합쳐 단 500장만 제작된 이 음반은, 김민기가 신입생 환영회에서 노래지도를 한 다음날 동대문서에 연행되며 잔여 수량이 당국에 의해 전량 회수·판매금지되었다. 이후 오리지널 프레스가 폐기돼 정식 LP 발매는 중단되었고, 음반은 고가의 암거래와 해적판 유통으로 오랜 세월 왜곡과 질곡을 겪었다.
특히 당시 해적판들은 원곡 대신 다른 곡을 섞어 구성하거나 커버 디자인만 일부 바꾼 채 제작되는 등 김민기의 의지와 무관한 변형이 이어졌고, 1987년 민주항쟁 이후에도 일부 복원 시도가 있었으나 정식 저작권 허락 없이 발매돼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번 복각 LP는 당시 오리지널 음반을 복수로 수집해 최신 기술로 음원을 복원하고, 상태가 가장 좋은 곡들만 선별해 리마스터링했다. 커버 디자인은 김민기 서울대 미대 선배들이 참여한 원안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해석했으며, 40쪽 분량의 북클릿에는 고인의 친필 악보, 메모, 사진 등도 수록된다. 당시 심의로 제목을 바꿔야 했던 ‘혼혈아’도 원래 이름으로 수록된다.

음반 재발매와 함께, 학전은 올해 안으로 ‘학전김민기재단’ 설립도 준비 중이다. 고인의 삶과 예술이 미화 없이 사실대로 기록되고, 후세에 문화적 유산으로 계승되기를 바랐던 뜻에 따라, 1주기 행사나 공연은 따로 열지 않기로 했다.
김민기는 1991년 학전 소극장을 개관한 이후, 대중음악과 뮤지컬, 어린이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후배 예술인들을 길러냈다. ‘지하철 1호선’, ‘고추장 떡볶이’ 등 창작 공연과 김광석·노찾사·들국화의 음악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받는다.
학전 측은 “복각 LP는 단순한 음반이 아닌, 김민기의 음악 세계와 시대정신을 되새기고 아카이브 작업의 출발점이 되는 기획”이라며 “재단 설립을 통해 그의 기록과 작품이 정리·보존되어 대중과 후세가 만나는 가교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