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기획조정실장

주제여행포럼 시리즈 기고②

【서울 = 서울뉴스통신】 지난 4년 동안 공포의 독재자처럼 우리를 지배했던 코로나–19라는 망령은 서서히 지워지고 있다.

2025.09.20, snakorea.rc@gmail.com , *재판매 및 DB 금지
박종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기획조정실장2025.09.20, snakorea.rc@gmail.com , *재판매 및 DB 금지

2019년 중국 우한에서 발견되었고 처음에 우한시 원인불명 폐렴으로 불린 이 바이러스는 WHO에서 급속한 전염력과 광범위한 영향력을 고려하여 2020년 3월 11일 팬데믹을 선언했고 그 바이러스의 영향은 2024년 4월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코로나의 여파로 엄청난 몸살을 앓았다. 사회문화적 제반 현상들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 설명해야 이해가 될 정도로 커다란 충격이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모든 것은 그 소멸이 예정되어 있듯이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사라졌다고들 한다. 어떤 것은 기억 속에서도 사라진 채 영원히 잊히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는 아무도 돌아다보지 않는다. 앗! 사실 그건 우리의 착각에 불과했다. 최근 뉴스 검색에서도 여전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소설 속의 감염병은 자주 나타나는 주제이기도 하고 실제 많은 예술가들이 감염병으로 사망하기도 했었다. 영국의 낭만주의 존 키츠 (John Keats)는 결핵치료를 위해 요양을 갔지만 25세의 젊은 나이에 객사를 했다. 토마스 만(Thomas Man)이 쓴 소설 『마의 산(Der Zauberberg)』 의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는 결핵 요양소에서 격리된 삶을 경험하며, 시간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경험하기도 한다. 사실 소설 속의 인물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나는 게 아니고 하나의 상황과 문장 그리고 하나의 은유에서 태어난다. 소설가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줄거리가 상상력이라는 단백질 속에서 걸쭉하게 배양되어 소설로 거듭나는 것이다. 재밌는 사실 하나는 실제 현실 세계에서는 소설 같은 세상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가 쓴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L’insoutenable Légèreté de l’être)』 의 주인공 토마시는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는 말을 되풀이하는데 이는 사람은 한 번 밖에 살지 못하고 전생과 현생을 비교할 수 없기에 무엇을 희구해야만 하는 가를 아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소설 속의 감염병 역사를 돌아다보면 의미는 확연히 달라진다. 우리의 삶이 단 한 번이기에 깃털처럼 가볍다면 감염병의 영원한 회귀는 무거운 실제이며 현실인 것이다. 소설을 통해 간접 체험했던 일들이 현실에서 무한 반복된다고 생각하니 조금 우울하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이든 현실이든 기억이 허용된 과거에 대해 끊임없이 복기함으로써 Disease-X 등 미래 감염병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행자는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분류된다. 방역 당국의 입장에서 여행자는 새로운 바이러스와 관련된 신종 감염병을 추적할 때 가장 중요한 인구 집단이기도 하다. 여행자는 장소를 빠르게 이동하며 각종 감염병에 걸리고 이를 또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발 없는 바이러스는 여행자의 몸과 트렁크에 숨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해외 각국에서 해외여행자를 통해 유입될 수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변종을 식별하고 추적하기 위해 다양한 감시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9개 주요 국제공항에서 TGS(Traveler Genomic Surveillance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각국 여행자를 대상으로 랜덤으로 간이테스트를 하고 양성일 경우에 실험실에서 PCR 검사를 해서 그 변이를 분석하고 병원체를 조기 탐지할 수 있는 감시 기반이다. 나아가 공항 화장실에서 하수검사를 실시하여 인체검사 없이 병원체를 감시하는 기법도 활용 중이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것들은 사실 안전과 건강이다. 일반적으로 여행 중 수없이 강조해도 과하지 않을 중요한 건강 수칙이 있다. 물은 포장된 생수나 탄산수를 마시고 익힌 음식을 먹어야 하고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동물과 접촉하지 말아야 하는 등 귀찮아서 여행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챙길 것이 많다. 하지만 나라마다 의료제도가 상이하고 그 수준이 상이하기에 1차적 개인 건강 수칙의 준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해외여행 중에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서 사전에 방문 국가의 감염병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에서 운영하는 “해외감염병 NOW” 싸이트에 접속해서 국가별 감염병 예방정보와 예방접종 등을 검색하면 된다. 예를 들어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 방문시 황열 접종은 필수적이다. 국가에 따라 말라리아 예방약, 장티프스, 파상풍 등의 예방접종을 권장하기도 한다. 물론 MERS, EBOLA, 뎅기열과 같이 예방백신 및 예방약이 없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도 귀국시 이상증세가 나타나면 공항에서 즉시 검역관에게 신고하는 게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에서는 ‘25.7.15부터 공항만 입국자를 대상으로 호흡기 감염병 검사 시범서비스를 실시중에 있다고 한다. 입국자가 검역 단계에서 기침 등 호흡기 감염병 증상을 신고하면, 검역소에서 무료로 호흡기 감염병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를 본인의 휴대폰과 이메일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여행자 중심의 검역관리체계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혹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이전과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가을, 여행 중에 책 한 권 챙겨 소설 속 감염병을 살펴보며 ’무한회귀‘될지도 모를 바이러스의 세계를 음미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박종하

-프랑스 그르노블2대학 석사(DESS, 보건경제학)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 사회보장조정과장

-질병관리청 운영지원과장

-질병관리청 호남권질병대응센터장

-질병관리청 검역정책과장

-질병관리청 경북권질병대응센터장

-(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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