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품질 저하되면 미세플라스틱 물속으로 침투
고온·직사광선 노출 시 분해 가속…외부 오염도 가능
전문가 “정신건강·면역체계에도 악영향…주의 필요” 경고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유통기한이 지난 생수를 마시는 것이 단순히 ‘오래된 물’을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체에 심각한 건강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세플라스틱이 물속으로 스며들면서 암, 불임, 뇌 손상 등 다양한 질환과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영국 데일리메일(Daily Mail)은 10일(현지시각) 복수의 연구를 인용해 “유통기한이 지난 페트병(PET,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생수를 마실 경우 미세플라스틱 노출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보도했다.
생수의 유통기한은 일반적으로 18개월에서 2년 사이로 표기되지만, 이는 ‘물의 신선도’가 아닌 ‘플라스틱 병의 품질 유지 기간’을 의미한다. 플라스틱이 시간이 지나면서 열화(劣化)될 경우, 그 안의 물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스며들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 약 2마이크로미터(0.002㎜)에 불과한 미세한 조각으로, 장시간 보관된 병에서는 이들이 쉽게 용출된다. 특히 페트병이 고온, 직사광선, 혹은 강한 냄새의 화학물질 근처에 노출될 경우 분해 속도가 빨라져 오염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의 ‘투과성’도 문제로 지적한다. 시간이 지나면 소량의 물이 증발하고 그 틈으로 외부 오염물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담수 내 플라스틱 오염을 연구 중인 셰리 메이슨 박사는 “플라스틱은 환경 속 유해 화학물질을 인체로 운반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며 “이들 중 일부는 암, 정자 수 감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 등과 관련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세플라스틱은 폐, 혈액, 태반, 모유 등 인체 여러 조직에서 발견된 바 있다. 캐나다 콘코디아대 사라 사제디 박사 연구진은 “생수를 주로 마시는 사람은 수돗물을 마시는 사람보다 연간 약 90만 개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분석했다.
사제디 박사는 또 “미세플라스틱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리고, 흡입될 경우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나노·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만성적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그라츠대 크리스티안 파허-도이치 박사 연구팀 역시 “미세플라스틱은 장내 미생물군 변화를 일으켜 일부는 우울증이나 장암 패턴과 유사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단순한 소화기 문제를 넘어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생수를 마시지 말고, 고온·직사광선 노출을 피하며 밀폐된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일상적인 수분 섭취는 수돗물이나 정수기 물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