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다

모든 것은
계획되지 않고
설명되지 않는다

사실 우리는
아는 것이 없다


[감상]

맹기호 시인의 「인생」은 단 세 줄의 진술로 구성된 짧은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사유가 촘촘히 배어 있다.
시인은 인생의 필연을 부정하고, 인간이 세계 속에 ‘던져진 존재’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다”는 첫 문장은 인간 실존의 본질을 간명하게 드러낸다.
삶과 죽음은 의지나 계획의 결과가 아니라, 그저 주어진 우연의 연속이라는 자각이다.
이 냉정한 진술 속에는 절망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의 질서를 받아들이는 담담한 평정이 깃들어 있다.

이어지는 “모든 것은 계획되지 않고 설명되지 않는다”는 구절은 이성의 한계를 천명한다.
인간은 세상을 이해하고 통제하려 하지만, 세계는 본질적으로 불가해한 구조 속에 있다.
이 인식은 카뮈의 ‘부조리’와 맞닿아 있지만, 맹기호 시인의 어조는 냉소적이지 않다.
그는 불가해한 세계를 굴복이 아닌 수용으로 받아들이는 철학적 온기를 보여준다.

마지막 문장 “사실 우리는 아는 것이 없다”는 앞선 두 문장의 결론이자, 존재 인식의 근원이다.
이 말은 무지(無知)의 선언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깨달음이라고 우리는 공감한다.
소크라테스가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했듯, 시인은 앎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며 겸허의 자리에 선다.
그 무지의 자각은 허무로 향하지 않고, 오히려 존재의 경외와 평화로 확장된다.

삶은 우연이지만, 그 우연을 사랑할 수 있다.
그 말 속에는 허무를 넘어선 존재의 긍정이 깃들어 있다.
우연은 혼돈이 아니라, 생명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다.

결국 「인생 ― 맹기호」는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세계 앞에서 취해야 할 태도를 보여주는 시다.
그 태도는 겸허, 수용, 그리고 평화이다.
“모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인간은 존재와 화해할 수 있다.
우리는 알 수 없기에 더 살아볼 이유가 있고, 계획되지 않기에 더욱 아름답다.
그 단순한 진실이, 이 짧은 작품 안에서 투명하게 빛난다.


맹기호 시인
맹기호 시인

약력

1998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

경기한국수필가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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