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사망 사건에서 비롯된 법적 갈등
위로금 36억 원 합의… 법 해석은 ‘계약’이었지만 의미는 달라
허경영 명예총재의 위로 의도, 법정과 언론 속에서 엇갈린 평가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2022년 경기도 양주의 종교시설 ‘하늘궁’에서 한 여성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하늘궁 관계자이자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총재의 지지자 A씨의 배우자로, 이 사건은 곧 법정으로 번지며 ‘36억 원 위로금 논란’의 불씨가 됐다.
사건의 발단은 A씨가 “허 명예총재가 구급차를 돌려보냈다”며 허 대표 측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A씨는 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고, 허 명예총재는 갈등의 확산을 막고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36억 원의 합의금을 제시했다. 합의 조건에는 모든 소송의 취하와 함께 비밀유지 조항이 포함됐다.
합의에 따라 허 명예총재는 10억 원을 먼저 지급했고, 나머지 26억 원은 추가 확약서 서명 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A씨 측이 “비밀유지 위반 시 15억 원의 위약벌을 부과하는 조항이 과도하다”고 반발하면서 합의 이행은 중단됐다. 이후 A씨는 “합의금 잔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양측의 합의는 유효하며, 허 명예총재는 잔금 26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합의 후 수사기관에 재차 고소를 진행한 것은 비밀조항을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있다”며, 오히려 A씨가 허 명예총재에게 26억 원과 위약벌 15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현재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사건의 법적 쟁점은 민법 제105조(당사자의 의사에 따른 계약 해석)와 제398조(위약벌 약정)의 적용 여부다. 법원은 합의의 형식과 절차에 초점을 맞춰 판단했지만, 그 이면에는 개인적 감정과 도의적 의도가 얽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허 명예총재 측은 이번 합의가 “법적 책임 회피가 아닌 유족을 향한 도의적 위로의 의미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허 명예총재는 수십 년간 서울 종로 일대에서 무료급식과 구호활동을 이어오며 사회복지계 일각에서 ‘기부 실천가’로 알려져 왔다. 주변 관계자들 역시 “이번 위로금 제안은 종교 지도자로서의 도덕적 책임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합의의 본래 의미는 ‘거액 합의금 논란’이라는 자극적 표현 속에 희석됐다. 일부 언론은 ‘하늘궁 사망 사건’, ‘36억 합의금 스캔들’ 등의 제목으로 사건을 보도했고, 이후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으로 일부
가 정정보도를 게재했다. 변호사 B씨는 “언론의 비판 기능은 중요하지만, 사안의 맥락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단편적 보도는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명예총재 측은 이번 사건을 두고 “법적 분쟁의 차원을 넘어 진심이 왜곡된 사례”라며 “위로의 의도로 제안된 합의가 법적 해석 속에서 ‘계약의 효력’ 문제로 변질되고, 인간적 배려가 ‘의혹의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아직 남아 있다. 법은 ‘계약의 효력’과 ‘비밀유지 위반’이라는 조항을 해석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감정과 도의가 함께 자리한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위로 의도가 법적 판단과 사회적 시선 속에서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36억 원 논란’은 단순한 금전 문제를 넘어, 법이 다 담아내지 못한 인간적 정의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