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 시인·아동문학가 (경기문학인협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수원예총부회장)
정명희 시인·아동문학가 (경기문학인협회장·경기산림문학회장·수원예총부회장)

단풍 고운가을 거리를 물들이는 색깔들은 자연 사랑의 본원적 표현인 듯 하다.
사람들도 가을에 젖어 저마다 색고운 옷으로 갈아입고 거리로, 산과 들로 여행을 다닌다.

겉으로 드러난 표정과 자태에선 마음 속 생각이나 느낌을 알 수는 없지만 옷 색깔을 보면 짐작이 갈 때가 있다. 이런저런 행사로 가을여행을 편안하게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좋아 협회활동에 빠져 분주하게 지낸 이유를  보통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먹고 시간을 압축하듯 시간 생각없이 지나치다 할 정도로 과욕을 부렸구나 생각했을 땐 이미 면역력도, 건강을 놓쳐 버린 예감이다.

집 안을 정리하다 주요 물건 정리함을 펼쳐 보게 되었다.
투명 파일에 취미활동겸 봉사활동 신청서를 쓰려고 했던 지난 날들이 뇌리를 스쳐간다. 언젠가는 편안한 마음으로  최소한의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보잘 것 없이 늘어난 주름과 나약해진 자신의 모습이 거울에 비칠 때 그 생각은 자동으로 소멸된다. 생각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춤을 춘다.

파일 속 자료를 보다가 무슨 일인지 건강검진 결과서가 그 속에 같이 들어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사실 건강관리는 스스로 평점을 내도 최하위다. 문득 아이들이 눈 앞에 떠오른다. “큰일났다”

아이들은 은근히 늦은 나이까지 사회활동을 하는 엄마를 보며 안심하는 것 같다. 그만하면 건강을 잘 챙기고 있는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듯 응시를 한다.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게 하면 어쩌지’ 반대로 부끄러워지는 자신에게 슬며시 화가 난다.
 ‘이제부터다. 나이도 적당하고 아직 안 늦었어‘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정말 이제부터 관리해도 될까. 

거실 의자에 걸쳐진 옷들이 시야에 들어 온다. 유난히 옷에 관심이 많은 나는 무리할 정도로  여러 유형의 옷을 비치한다. 알록달록하기도 하고 시크해 보이는 옷들, 그리고 나의 생각과 기분에 맞추어 옷을 고르기도 한다. 마음의 위로가 된다.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에 대한 위로라고 할까.

가을인데 나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연수장에 왔다. 오늘은 특히 설레인다. 내 생활에 도움이 되는 어떤 내용이 전개되려는지 설레인다.
강사가 연단에 올라왔다. 미인이다. 고운 웨이브의 단발머리가 어깨 밑으로 내려와 있다. 
밝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레이빛의 정장모습이 꽤 괜찮아 보인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그레이 정장이기도 하다. 쭈우욱 시선이 미끄러지듯 바지 쪽으로 내려오는데 바지라인이 끝에 가서 나팔바지처럼 약간 펼쳐져 있다. 웬일일까.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온 웨이브와 바지의 펼쳐진 웨이브가 묘하게 매칭이 된다. 연수내용도 좋았지만 강사의 그 모습 속에서 색깔의 조화와 마음의 분위기를 감지하는 것이다. 이번 가을은 선명한 색채가 다른 해에 비해서 더욱 진하다. 그 속으로 예쁜 모습의 미모인 강사가 조화롭게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을도 색채다. 저마다 다른 느낌을 받겠지만 풍요하고 영롱한 가을 속에서 우리는 물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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