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학계, 인구전략포럼서 자산보호 논의…사기·학대 피해 급증세
“민간신탁 범위 확대·공공신탁 도입 검토 필요”…“치매비용 연계 상품 개발해야”
“55세 이상 자산관리 교육·사전후견의향서 제도화로 예방 체계 강화”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2050년에는 치매 고령자의 보유 자산 규모가 48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들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돌봄·치료 재원으로 연계하기 위한 제도적 관리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7일 오전 ‘치매 어르신 자산의 안심 관리를 위한 정책방안’을 주제로 제12차 인구전략 공동포럼을 개최하고, 후견·신탁제도 개선 및 공공신탁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저고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치매 고령자 자산은 2023년 기준 154조 원 규모에서 2050년 GDP의 15.6% 수준인 488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치매 고령자의 수적 증가와 함께 개인자산 고령 집중 현상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치매 환자들이 사기나 재정적 학대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 알츠하이머협회는 치매 환자의 약 3분의 1이 재정적 피해를 경험한다고 밝혔고, 국내에서도 60대 이상 사이버사기 피해자 수가 4년 새 4배(2019년 2,796명→2023년 1만1,435명)로 증가했다.
이에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치매로 인한 인지저하 이전 단계에서 재산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임의후견·유언대용신탁 등 신탁제도 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7개로 제한된 민간신탁 재산 범위를 확대하고, 부동산 신탁의 유동화 제도 개선을 통해 간병비나 의료비 지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법원의 후견인 선정단계부터 민간신탁을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민간신탁 이용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신탁’ 모델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발제에서 “현행 후견제도는 이용률이 낮고, 신탁제도는 규제와 연계 부족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법·제도 정비를 통해 후견과 신탁이 연계되는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자산관리를 치료·돌봄·간병비 관리와 연계한 금융상품으로 발전시키면 가족과 국가의 돌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철웅 한양대 교수는 “후견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높은 절차 비용, 전문 후견인 부족, 낮은 보수 등으로 사회적 수용성이 낮다”며 “사전후견의향서 작성·등록 제도화, 치매안심센터와 중앙치매센터의 역할 재조정, 공공후견인 양성 확대, 성년후견지원신탁 제도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신탁업은 특정금전신탁과 부동산신탁 중심으로 발전해 유언대용신탁·치매신탁은 미비한 수준”이라며 “신탁가능 자산에 연금·보험금 청구권을 포함하고, 관리형 신탁 기준 개정 및 재신탁 업무 위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경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제시하며 “영국·미국은 민간신탁을 중심으로, 싱가포르는 별도의 공공신탁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가정재판소와 신탁은행이 공동 관리하는 후견지원신탁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민간신탁 활성화를 통해 치매 어르신 자산관리 수요에 대응하고, 민간신탁 접근이 어려운 소외계층에는 공공신탁을 보완적 수단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싱가포르의 공공신탁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가 치매 고령자 자산의 보호와 활용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설계할지에 대한 첫 공개 논의로,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후견·신탁 연계제도 구축과 공공신탁 시범사업을 검토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