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음악·언어로 엮은 수행적 연극의 새로운 실험
“희극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쾌한 블랙유머의 향연”
남상식·권영호·최종원 공동 프로젝트, 문래예술공장서 공연

극단 '퍼포먼스온'의 연극 '술 취한 사람들' 포스터 / 사진 = 극단 '퍼포먼스온' 제공
극단 '퍼포먼스온'의 연극 '술 취한 사람들' 포스터 / 사진 = 극단 '퍼포먼스온' 제공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러시아의 동시대 대표 작가 이반 비리파예프의 작품이 국내에서 처음 무대에 오른다. 실험적인 공연미학으로 주목받아 온 극단 '퍼포먼스온'이 오는 20일부터 30일까지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연극 '술 취한 사람들'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반 비리파예프(1970~ )는 러시아 현대극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연출가로, ‘에피소드의 몽타주’라는 독특한 극 구조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종교, 사랑, 가치의 붕괴 등을 탐구해 왔다. 이번 작품 '술 취한 사람들'은 2012년 초연된 이후 유럽 무대에서 꾸준히 회자된 문제작으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소개된다.

이번 작품은 극단 퍼포먼스온이 '술 취한 사람들'을 통해 또 한 번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연극 세계를 확장한다. 단순한 희곡의 재현이 아닌, 배우의 몸과 언어, 음악을 매개로 한 실험적 무대언어를 구축하며, ‘도취’라는 주제 아래 인간의 불안과 구원을 탐구하는 수행적 연극이다.

연극은 2막 8장 구성으로, 중심 줄거리 없이 4개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이어진다. 등장인물들은 한밤중 도시를 배회하며 사랑과 신, 삶의 의미를 탐색하고, 서로의 에피소드 속에서 교차하며 초현실적 도취의 세계를 보여준다.

작품은 통제에서 벗어난 도취 상태를 통해 일상 속 가려진 진실과 혼란,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드러낸다. 표현주의적 움직임과 서사극적 게스투스를 활용한 배우들의 몸짓은 마치 인형처럼, 혹은 인간 본연의 본능처럼 무대를 채운다.

출연배우는 곽수정(마그다, 로라 역), 김명중(카를, 막스 역), 이윤표(라우라, 린다 역), 한기중(구스타프, 가브리엘 역), 해수(마르타, 로자 역), 함민구(로렌스, 루돌프 역), 이성하(마르크, 마티아스 역), 최종원(버스커 역)이다.

 

“사랑만이 중요해. 만일 사랑을 안 하고 있다면, 넌 그냥 씨발놈의 스티로폼이지.”    이반 비리파예프, 「술 취한 사람들」 中

 

평론가 최영주는 이번 신작에 대해 “퍼포먼스온이 열고 있는 길이 자못 흥미롭다”라며 “그들만의 독특한 레시피로 상연 텍스트를 구성하고, 꼼꼼하게 자신들의 미학을 쌓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평론가 김숙현은 “작가 이반 비리파예프의 텍스트는 가볍고 발랄하지만, 그 속엔 날카로운 냉소와 철학적 질문이 숨어 있다”며 “남상식 연출이 지닌 놀이적 감각과 사색적 시선이 작품의 블랙유머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라고 평했다.

남상식 연출 / 사진 = 극단 '퍼포먼스온' 제공
남상식 연출 / 사진 = 극단 '퍼포먼스온' 제공

실제로 남상식 연출, 권영호 안무, 최종원 음악감독이 이끄는 퍼포먼스온은 지난 수년간 ‘노래극’이라는 실험적 형식을 통해 무대의 음악적 리듬과 배우의 신체언어를 결합해 왔다. 이번 작품 역시 그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연출가 남상식은 “이번 작품은 단순한 재현이 아닌 ‘표현의 연극’으로,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과 구원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며 “도취와 망각, 그리고 깨달음 사이에서 관객이 스스로의 ‘신’을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작품은 2025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원로예술인 공연지원사업으로 제작되는 의미 있는 무대다. 공연은 20일부터 30일까지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평일은 19시30분 주말은 15시에 공연된다. 예매는 인터파크티켓과 플레이티켓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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