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정보만 공개되는 구조에 ‘역차별’ 반발
미·일·유럽선 ‘세입자 심사·면접’ 일반화…국내 논란 더 커질 듯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임대인 우위 시장이 강해지면서 ‘임차인 면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국민동의청원이 등장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임대인 정보만 공개되는 현재 제도가 불균형을 낳고 있다는 불만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악성 임차인으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한 임차인 면접제 도입’이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임대인은 자신의 재산을 장기간 맡겨야 하는데, 누구에게 집을 맡기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세입자의 신용도·범죄 이력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에서 널리 시행 중인 ‘세입자 서류 심사와 면접 절차’를 한국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장은 이미 비슷한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임대인이 “자녀·반려동물 금지, 못질 금지 조건과 함께 가족 구성원 전원 면접을 진행하겠다”는 글이 화제가 됐다. 공인중개업계에서는 “3+3+3 임대차법 논의,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임대인 불안이 크게 높아졌다”며 “9년 가까이 같은 세입자와 계약할 수 있다는 점이 임대인을 더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정부와 국회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임대인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있어, 임대인들은 “임대인만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반발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임대인에게 △납세증명서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한다. 정부의 ‘임대인 정보조회 제도’는 전세보증보험 이력, 대위변제 여부 등을 공개하고, 서울시는 임대인 신용도·보유 주택 수·주소 변경 빈도 등을 포함한 리스크 보고서를 운영 중이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임대인·임차인의 ‘쌍방 심사’가 일반적이다. 미국은 신용점수·고용·소득·범죄기록 등을 포괄하는 ‘Tenancy Screening’을 실시하며, 독일과 프랑스도 상세한 개인·재정 정보를 담은 서류 제출과 면접이 흔하다. 일본 역시 보증회사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계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국처럼 임대인 정보 위주로 공개되는 구조는 오히려 드문 셈이다.
전문가들은 임차인 면접제가 당장 제도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임대인들의 ‘역차별 논란’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임대차 시장 불안과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