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마감 위해 1시간 안에 전 공정 처리”…쿠팡 노동자 고강도 노동 폭로
전문가 “야간교대는 사실상 발암급 유해 노동…한국은 규제 공백”
“소비자 편의 뒤에 노동자의 죽음 있어…속도 경쟁 멈춰야”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새벽배송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장 노동자들이 직접 심야 노동의 위험성을 폭로하며 “속도 경쟁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14일 서울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집담회에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는 “새벽배송의 편리함 뒤에는 심각한 과로와 건강 악화가 숨어 있다”며 제도적 대책을 촉구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논쟁이 벌어지는 사이 또 ‘83시간 일하다 과로사’ 같은 비극이 발생했다”며 “자정까지 들어온 주문을 아침 7시에 맞추려는 구조 속에서 일하는 이들의 고통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마감 시간 폭격”이라 표현되는 작업 강도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쿠팡 CFS 출신 정성용 씨는 “자정까지 들어온 주문을 새벽 1시 마감에 맞춰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1시간 안에 전 공정을 끝내야 한다”며 “신선센터 야간조는 오후 6시에 출근해 두 시간 일하고 식사 후 6시간을 쉬지도 못하고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 조건은 악화되지만 생계를 위해 야간조를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이어졌다. 정씨는 “야간조는 시급은 낮은 대신 야간수당으로 월 30만 원 정도 더 받을 수 있어 건강이 망가져도 선택하게 된다”며 “수면 장애, 만성 피로, 우울증은 흔하고 2년 넘게 버티기 힘든 구조”라고 털어놨다.
쿠팡 캠프 소분 노동자 조혜진 씨도 “야간이 아니면 200만~250만 원을 벌 수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주간 근무로 돌아왔을 때야 비로소 ‘사람 사는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야간노동의 위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된 유해 노동’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집행위원장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야간 교대근무를 발암물질로 분류할 정도로 건강 위험이 크다”며 “심혈관 질환, 당뇨, 수면장애, 우울까지 전 영역에서 악영향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해외와의 격차도 지적됐다. 유 연구원은 “ILO는 24시간 내 노동시간 8시간 초과를 금지하고, 프랑스는 원칙적으로 야간노동을 금지한다”며 “반면 한국은 고위험 직종에 대한 야간·연장근로 금지 규정조차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 인식 변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치하는엄마들 소속 남궁수진 활동가는 “소비자 역시 편의에 길들여져 있다”며 “누군가의 죽음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오전 0~5시 배송 제한’과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제안하며 심야 배송 규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한편 최근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던 30대 노동자가 교통사고로 숨지기 전 일주일 동안 83.4시간을 일한 사실이 밝혀지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