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구멍을 내어 빛이 흘러나오고 있다

눈빛이 드릴처럼 침묵을 뚫고 있다
고요 속에서 언어를 캔다
작은 소리가 큰소리보다 더 잘 들리는 곳이 마음이다
마음을 조용히 하는데 생각이 소음을 일으킨다
가슴속에 밀봉해 놓은 말이 봉기한 것이다

사랑한다는 고백은 영원한 저주일까

뫼비우스 띠 같은 길에서
나를 구원해 줄 것인가.


<<감상>>

입동이 지나고 낙엽을 만나는 길목에서 어쩔 수 없이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 깊은 가을을 지나 겨울 초입이다. 이중삼 시인의 「생각이라는 소음」은 마음의 조용한 풍경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소리’를 들려준다. 고요하지만, 그 안에서는 수많은 말과 감정이 부딪치며 소음을 만든다. 시인은 어둠 속에서 빛이 새어 나오듯, 침묵 속에서 언어가 태어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사랑의 고백도 저주로 느껴지는 모순된 감정은 인간 마음의 깊이를 보여준다. 뫼비우스 띠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길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이 시는 우리가 가진 내면의 소음과 고요의 경계를 사유하게 만든다. 생각이 곧 소음이 되고, 침묵이 언어가 되는 그 경계에서 시인은 인간 존재의 복잡한 내면을 탐구한다. 우리는 이 시를 통해 ‘생각’이라는 소음 속에서도 스스로의 고요를 찾는 법을 묻게 되고, 사유의 계절에 동면하듯 내면으로 들어가 좋은 작품을 많이 생산하는 작가로 발돋움 하고 싶어진다.

-수원문인협회 수석부회장 김경옥


<<약력>>

2000년 ‘한국문인’ 등단

시집 ‘꽃대’ 소설 ‘하늘바라기’ 외

한국문인협회, 수원문인협회 회원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