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목포 오가던 2만6000t급 여객선, 무인도 인근서 암초 좌초
“세월호 떠올라 다리 풀려”…승객들, 목포 도착 후에서야 안도의 한숨
해경 “현재까지는 운항 과실 추정”…항로 이탈·항법장치 등 전방위 조사

19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서 승객 260여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했다. / 사진 =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19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서 승객 260여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했다. / 사진 =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전남 신안 해상을 항해하던 대형 여객선이 무인도 인근 암초에 좌초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승객과 승무원 267명 전원이 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이 가운데 27명이 부상으로 분류됐으며, 다행히 현재까지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 인근 해상에서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이 타고 있던 2만6000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바위 위에 좌초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여객선은 제주와 목포를 오가는 정기 항로를 운항 중이었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경비함정 17척과 연안구조정 4척, 항공기 1대, 서해특수구조대 등을 급파했다. 동시에 승선 인원 전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조치하고, 임산부·노약자·부상자 등을 우선으로 구조하는 계획을 세워 총 6차례에 걸쳐 구조 함정으로 옮겨 태웠다.

승객과 승무원 267명은 사고 발생 3시간10분여가 지난 오후 11시27분께 모두 구조됐다. 구조된 인원은 목포해경 전용부두로 이송된 뒤 인근 병원 및 임시 숙소 등으로 분산 이동했다. 해경은 현재까지 임신부와 허리 질환자 등을 포함한 27명을 부상자로 잠정 집계하고 있으며, 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의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여객선 예인과 추가 안전 조치에 필요한 선원 20여 명은 해경과 함께 선내에 남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부상자 외 승객들은 목포 시내 호텔 등 임시 숙소에 머물고 있다.

승객들은 이날 0시35분까지 차례로 육지에 내려 병원 진료를 받거나 임시 숙소로 이동했고, 부상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휴식을 취하며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있다.

19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서 승객 260여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했다. / 사진 =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19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서 승객 260여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했다. / 사진 =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해경은 날이 밝는 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사고가 난 해역은 장산도와 족도 등 여러 무인도 사이의 좁은 수역으로, 특히 남쪽 해역에는 족도를 포함한 작은 바위섬과 암초(여)가 다수 분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산도 남쪽으로 휘어 들어오는 항로 인근에는 만조·간조에 따라 수면 위·아래로 드러나는 암초와 바위섬들이 띠처럼 이어져 있다. 이 지형적 특성 탓에 조류가 섬 주변을 돌아 나가면서 암초 주변에 와류가 쉽게 발생하고, 선박이 항로를 조금만 이탈해도 좌초 위험이 커지는 구간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좌초한 여객선 역시 항로를 벗어나 무인도 족도 인근 바위 위에 뱃머리가 걸린 채 15도 이상 기울어진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해경은 선장과 기관사, 항해사 등을 상대로 사고 직전 조타·항해 과정, 항로 선택, 속력 유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항법시스템 오작동 여부, 레이더·전자해도(ENC) 활용 상황, 기상·해상 조건 등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은 긴급 현장 브리핑에서 “좌초의 구체적인 이유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선장 또는 항해사의 운항 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은 날이 밝는 대로 여객선을 예인해 항만으로 옮긴 뒤 선체 손상 정도와 운항 규정 준수 여부를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사고가 또 다른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만큼, 향후 유사 해역 운항 관리와 안전 규정 보완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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