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팔자’ 급증…코스피·코스닥 동반 급락
미국 금리 인하 기대 후퇴…달러 강세 심화
엔저 흐름 겹치며 원화 추가 압박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부터 1470원대를 넘어서며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에서 AI 거품 논란이 커지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확대되고, 외국인 매도가 가속화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오전 9시 22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1원 오른 1472.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장중 한때 1473.9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미·중 갈등이 격화됐던 지난 4월 초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자금 이탈이 두드러졌다. AI 관련 기술주 조정 여파로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시장에서도 대규모 매도에 나서고 있다. 오전 9시 20분 기준 코스피는 3%대, 코스닥은 2%대 급락했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코스피에서만 1조원을 넘어서며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고 있다.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인 달러 수요도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금융 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짙어지고,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 투자 역시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달러 강세 흐름도 확연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달러 가치는 주요 통화 대비 강하게 오르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100선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날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는 대부분의 위원들이 올해 안 금리 동결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더 후퇴했고, CME 페드워치에서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60%대로 올라섰다.
엔저 흐름도 원화 약세를 자극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는 157엔 후반에서 거래되며 10개월 만의 최저 수준을 보였다. 일본 정부의 재정 확대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엔화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통상 엔화와 높은 상관관계를 지닌 원화도 함께 압력을 받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1470원대까지 상승하면서 시장에서는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경제 변수와 외국인 수급이 맞물린 상황이라 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