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10% 가까이 감소…통계 작성 이래 세 번째 최저
장기 하락세 지속…생산비 상승·고령화·수입 증가가 구조적 원인
참깨 증산·고랭지감자 감소 등 주요 품목 생산량도 엇갈려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올해 고추 생산량이 전년보다 크게 줄며 통계 작성 이후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여름철 기상여건은 비교적 무난했으나 9월 이후 이어진 잦은 비와 병충해가 생산량 감소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20년간 재배면적이 절반 이상 축소된 흐름이 지속되면서 고추 산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가 더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21일 발표한 ‘2025년 고추·참깨·고랭지감자 생산량 조사’에 따르면 올해 고추 생산량은 6만1449t으로 전년 대비 9.7%(6625t) 감소했다. 이는 1980년 통계 작성 이래 2017년(5만5714t), 2020년(6만76t)에 이어 세 번째로 적은 수치다.
특히 10a당 생산량 역시 258㎏에서 239㎏으로 7.3% 줄어 병해충 부담과 수확 종료 시기의 앞당겨짐이 동시에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처는 “9월 가을장마로 비가 잦아 병충해 발생이 늘었고, 일부 지역은 수확을 조기에 마무리하면서 생산량이 자연스럽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생산량 감소 흐름이 더욱 뚜렷하다. 2005년 16만1380t이던 생산량은 올해 6만t 초반대로 떨어져 20년 사이 61.9%나 줄었다. 같은 기간 재배면적도 6만1299㏊에서 2만5743㏊로 감소해 58% 축소됐다. 인건비·사료 등 생산비 상승, 농촌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외국산 고추 수입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만7616t(28.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전남 9065t(14.8%), 전북 6607t(10.8%) 순이었다.
다른 품목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고랭지감자 생산량은 11만4307t으로 전년 대비 9.6% 감소했는데, 지난해 여름 강원 영서 지역의 이상고온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며 재배면적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참깨는 1만835t을 기록해 20.4%나 증가했다. 파종기 가격 상승에 따른 재배면적 확대와 7~8월 양호한 일조량이 생산량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터처는 “생산비 증가와 고령화는 앞으로도 재배의사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히 외국산 수요가 늘면서 국내 생산 기반이 약화되는 구조적 현상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